해저화산 분화구에 귀상어가 산다고? 카바치 화산이 보여주는 생명의 조건

화산은 생명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처럼 보입니다. 뜨거운 물질과 화학 성분이 뒤섞이고, 분출이 일어나면 주변 환경도 급격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 인근의 카바치(Kavachi) 해저화산에서는 귀상어와 비단상어를 비롯한 어류가 관찰됐습니다. 위험해 보이는 화산 분화구와 상어라는 조합은 강렬하지만, 이 장면을 곧바로 “상어는 화산 속에서도 문제없이 산다”는 이야기로 바꾸면 중요한 과학적 질문을 놓치게 됩니다.
2015년 탐사에서 연구진은 카바치 분화구 안의 어류와 미생물 군집을 기록했습니다. 동시에 이곳의 물은 탁하고 산성도가 높을 수 있으며, 화산 활동에 따라 화학적 조건이 달라지는 환경이라는 점도 주목했습니다. 생물이 관찰됐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상어가 왜 이곳을 찾는지,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분출이 강해질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까지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카바치에서 제가 중요하게 보는 지점은 상어가 화산 안에 있다는 놀라운 장면 그 자체보다, 그 장면을 설명하려면 지질학과 해양화학, 미생물학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눈에 보이는 생물만으로는 그 생물이 살아가는 조건을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카바치의 사례를 따라가며 화산 지형의 변화, 햇빛 없이 에너지를 얻는 미생물, 그리고 관찰된 사실과 아직 남아 있는 질문을 구분해 보겠습니다.
섬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해저화산
카바치는 솔로몬 제도 인근 바다에 있는 활발한 해저화산입니다. 화산체는 해저에서 솟아 있으며 정상부는 해수면 가까이에 놓여 있습니다. 분출이 강해지면 용암과 화산쇄설물이 쌓여 바다 위로 일시적인 땅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화산섬은 단단하고 안정된 육지와 다릅니다. 파도와 해류가 쌓인 물질을 깎아 내면 섬이 무너져 다시 물속으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섬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은 자연의 지형이 늘 고정되어 있다는 우리의 직관을 흔듭니다. 땅은 오랫동안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물질이 쌓이고 깎이는 과정이 계속 맞물립니다. 카바치에서는 화산이 새로운 지형을 만드는 힘과 바다가 그 지형을 침식하는 힘이 짧은 시간 안에 드러납니다.
그렇다고 모든 해저화산이 카바치처럼 일시적인 섬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화산의 형태와 성장 과정은 마그마의 성질, 분출 방식, 수심, 주변 지형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물속에서 분출한 용암은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 빠르게 식어 베개용암 같은 구조를 만들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해저화산의 모양을 하나의 유형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해저에서 솟아 있는 산인 해산이 형성되는 다양한 과정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해산 형성 설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바치의 활동을 해석할 때는 관측 시점과 관측 방법도 중요합니다.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의 세계화산프로그램은 카바치 주변 해수의 황록색 변색이 위성사진에 나타난 기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색 변화는 화산에서 나온 물질이 해수와 섞였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단서지만, 변색만으로 특정 시점에 폭발적인 분출이 있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관측 기록은 스미스소니언 세계화산프로그램의 카바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은 사소해 보이지만 과학 정보를 읽을 때 중요합니다. 위성사진에서 색이 달라진 것을 관찰하는 일과 그 원인을 특정하는 일은 서로 다른 단계입니다. 관찰은 출발점이고, 원인을 설명하려면 수온과 화학 성분, 분출 기록 등 다른 자료가 함께 필요합니다. 눈에 띄는 현상일수록 관찰된 사실과 그에 대한 해석을 나눠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햇빛이 없는 곳의 에너지와 생태계
카바치에서 상어만큼 중요한 존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생물입니다. 일반적인 해양 생태계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조류가 햇빛을 이용해 유기물을 만들고, 다른 생물들이 이를 먹으며 에너지가 전달됩니다. 하지만 햇빛이 거의 닿지 않거나 화학물질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빛 이외의 에너지원도 생태계의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과정이 화학합성(chemosynthesis)입니다. 일부 미생물은 황화수소나 수소처럼 특정 화학물질이 반응할 때 얻는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같은 무기 탄소로부터 유기물을 만듭니다. 모든 미생물이 같은 물질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용 가능한 화학물질과 환경 조건에 따라 에너지를 얻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카바치의 미생물 군집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황과 관련된 대사 능력을 지닌 세균 집단이 확인됐습니다. 미생물은 암반 표면에서 주황색이나 흰색을 띠는 매트 형태로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는 카바치가 단지 지질학적으로 활동적인 장소가 아니라, 화산에서 나온 물질과 해수의 상호작용이 미생물의 생활 조건을 형성하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학술지 Oceanography에 실린 카바치의 생물·화학적 특성을 다룬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화학합성 미생물이 발견됐다고 해서 분화구 안의 모든 생물이 그 미생물을 직접 먹고 산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생물이 주변 생태계에 유기물을 공급할 수는 있지만, 관찰된 상어와 다른 어류가 어떤 먹이 관계로 연결되는지,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이동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생태계에 생산자가 있다는 사실과 특정 포식자의 먹이 경로를 입증하는 일은 다릅니다.
귀상어가 분화구 안에서 관찰된 이유도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먹이를 찾으러 왔을 가능성이나 주변 해역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들어왔을 가능성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확인된 결론이 아니라 검토할 수 있는 설명입니다. 상어가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화산 활동이 달라질 때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려면 반복 관측과 이동 추적 같은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사진 한 장과 과학적 설명 사이의 거리를 느낍니다. 사진은 상어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강하게 전달하지만, 그곳이 상어에게 어떤 의미인지까지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생물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곧바로 적응의 증거로 해석하거나, 특정한 먹이 관계가 확인된 것처럼 말하면 관찰보다 결론이 앞서게 됩니다. 카바치의 매력은 놀라운 장면뿐 아니라, 그 장면을 설명하기 위해 아직 답해야 할 질문이 많다는 데 있습니다.
해양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일부 해양 무척추동물은 헤모시아닌이라는 구리 기반 단백질을 이용해 산소를 운반합니다. 생물마다 혈액과 산소 운반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궁금하다면 바다 생물의 피는 왜 파란색일까? 헤모시아닌과 투구게의 과학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카바치가 알려 주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카바치의 미생물 군집은 생명이 햇빛이 풍부한 환경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일부 생물은 특정 화학물질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이런 미생물의 활동은 주변 생태계의 물질 순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생명체가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종류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광합성보다 넓다는 점에서, 해저화산과 열수 환경은 생명 기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도 중요한 관심 대상입니다.
하지만 카바치를 지구 최초 생명이 탄생한 장소라고 부를 근거는 없습니다. 오늘날 이곳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은 현재의 환경에 적응한 생물이며, 수십억 년 전 초기 지구의 조건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해저 열수 환경이 생명 기원 연구에서 검토되는 이유는 물과 광물, 화학 에너지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지, 현대의 특정 화산이 생명의 발상지였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은 아닙니다.
이 사례가 던지는 더 넓은 질문은 ‘생명은 어디에서나 살아남을 수 있는가’보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조건을 우리는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가깝습니다. 극한 환경이라는 말은 인간의 기준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어떤 환경이 사람에게 위험하다고 해서 모든 생물에게 똑같이 불가능한 장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미생물이 특정 조건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이 그 환경 전체가 안정적이거나 안전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생존 가능성은 생물의 종류와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관점은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우리는 종종 한 장면을 보고 그 장소 전체를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상어가 화산 분화구에서 관찰됐으니 화산 생태계가 완성되어 있다고 여기거나, 미생물이 화학합성을 하니 그 미생물이 모든 생물의 생존을 책임진다고 추측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하나의 극적인 장면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생물과 환경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관찰을 반복하고, 자료를 비교하고, 모르는 부분을 모른다고 남겨 두어야 합니다.
과학의 가치는 모든 질문에 즉시 답을 내리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어떤 설명은 아직 가설인지, 무엇을 더 관찰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데에도 있습니다. 카바치의 사례에서 확인된 것은 분화구 안에서 상어와 미생물 군집이 관찰됐고, 화산 활동과 연결된 화학적 환경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상어가 이곳을 이용하는 정확한 이유와 전체 먹이망, 화산 활동에 대한 생물의 반응은 더 연구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카바치는 ‘화산 속에서 상어가 살아간다’는 기이한 이야기로만 소비하기에는 더 많은 것을 보여 줍니다. 지구 내부의 에너지가 바닷물의 성질을 바꾸고, 미생물은 그 환경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큰 해양 생물은 그 주변을 이용합니다. 눈에 띄는 상어는 관심을 끄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그 뒤에 있는 관계를 차분하게 살펴볼 때, 우리는 바다에 대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 더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카바치 화산 분화구에서 정말 귀상어가 발견됐나요?
A. 네. 2015년 탐사에서 귀상어와 비단상어를 비롯한 어류가 분화구 안에서 관찰됐습니다. 다만 관찰 기록만으로 상어가 이곳을 찾는 이유나 체류 시간, 구체적인 먹이 관계까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Q. 카바치 화산은 지금도 활동하고 있나요?
A. 카바치는 반복적인 분출 기록이 있는 해저화산이며, 주변 해수의 변색도 관측되어 왔습니다. 다만 바닷물 색이 변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시점의 폭발적인 분출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관측 기록은 스미스소니언 세계화산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화학합성과 광합성은 무엇이 다른가요?
A. 광합성은 빛 에너지를 이용해 유기물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화학합성은 특정 화학물질의 반응에서 얻은 에너지를 이용해 유기물을 합성하는 과정입니다. 이용하는 에너지원과 화학 경로가 다릅니다.
Q. 카바치의 모든 생물이 화학합성 미생물을 먹고 사나요?
A.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화학합성 미생물은 주변 생태계에 유기물을 공급할 수 있지만, 관찰된 모든 어류와 상어가 이 미생물을 직접 먹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 먹이 관계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Q. 카바치가 지구 최초 생명의 탄생 장소인가요?
A. 아닙니다. 카바치에서 발견된 생물은 현재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물입니다. 다만 화학 에너지를 이용하는 생태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초기 지구의 환경과 생명 기원을 연구할 때 비교 대상으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