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음모론(아틀란티스, 달착륙, 유사과학)
솔직히 저도 처음엔 아틀란티스 이야기를 만화 속 판타지 정도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관련 영상을 하나둘 찾아보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넘어 있더라고요. 달 착륙 음모론, 물이 말을 알아듣는다는 유사과학까지. 황당하면서도 자꾸 손이 가는 이 음모론들,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아틀란티스와 고대 문명, 왜 자꾸 솔깃해질까
제가 처음 아틀란티스를 접한 건 초등학교 때 봤던 공상과학 만화였습니다. 그때는 그냥 신기한 이야기 정도였는데, 어른이 되어서 관련 영상을 다시 찾아보니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 대륙을 찾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평생을 바쳐서 탐사하는 분들도 있다는 걸 알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아틀란티스를 처음 기록한 사람은 철학자 플라톤입니다. 그의 저서 크리티아스에는 대륙의 크기, 위치, 정치제도까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위치는 헤라클레스의 기둥(Pillars of Hercules), 즉 현재의 지브롤터 해협 너머 대서양 쪽이라고 했죠. 그런데 지질학적으로 보면 유럽·아프리카 서쪽 해안선과 아메리카 동쪽 해안선이 거의 딱 맞아떨어집니다. 판구조론(Plate Tectonics), 그러니까 지구의 지각이 거대한 판 여러 개로 이루어져 있고 오랜 세월에 걸쳐 움직인다는 이론에 따르면 그 사이에 별도의 대륙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합니다.
최근엔 사하라 사막에서 동심원 형태의 지형이 발견되어 아틀란티스 아닐까 하는 학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제가 그 영상을 봤을 때 솔직히 "오, 이건 좀 그럴듯한데?" 싶었거든요.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함정입니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변상증(Pareidolia)이라고 합니다. 변상증이란 구름이나 바위 같은 무작위적인 형태에서 익숙한 패턴을 찾아내는 인간 뇌의 성질을 말합니다. 화성 탐사선이 찍은 사진에서 사람 얼굴처럼 보이는 바위가 발견돼 한참 화제가 됐다가, 더 정밀한 카메라로 다시 찍으니 그냥 평범한 암석이었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고대 문명의 정교한 유물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해가 있습니다. "저 시대에 어떻게 저런 걸 만들었지?"라는 생각, 저도 피라미드 다큐멘터리 볼 때마다 자동으로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건 어쩌면 우리가 과거 인류의 능력을 너무 낮게 보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래된 것일수록 기술이 떨어졌을 거라는 선입견, 생각보다 뿌리가 깊습니다.
달 착륙 음모론, 어느 쪽이 맞는 건지 따져보면
달 착륙 음모론은 제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음모론입니다. 처음 봤을 때 "아, 이건 진짜 그럴듯하라다"고 느꼈는데, 반박 내용을 들으면 또 "아, 그렇구나" 하게 되는 묘한 주제입니다. 이 경험을 하고 나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요. 한쪽 말만 들으면 반드시 속는다는 것.
달 착륙 음모론에는 크게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공존합니다.
- 아폴로는 달에 간 적이 없고,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가짜다.
- 달에 실제로 갔는데, 뒷면에 외계인 기지를 발견해서 숨기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주장은 서로 모순됩니다. 달에 안 갔다는 쪽과 달 뒷면을 숨기고 있다는 쪽이 같은 음모론 진영 안에 공존하는 셈이니까요. 깃발이 펄럭이는 건 공기가 있다는 증거라 하면서, 동시에 그림자가 여러 개인 건 실내 스튜디오 증거라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공기를 뺀 실내 스튜디오를 굳이 만들었다는 건지, 이 부분에서 저도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달 뒷면을 숨긴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달 뒷면 사진은 수십 년 전부터 공개되어 있고, 현재도 여러 나라의 탐사선이 달 주위를 돌며 촬영하고 있습니다. 검색창에 '달 뒷면'만 쳐봐도 수백 장의 사진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달 궤도선 다누리도 달 주변을 돌며 데이터를 보내오고 있고요.(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내부가 텅 비어 있다는 주장은 어떨까요. 아폴로 우주인이 귀환할 때 달에 남긴 로켓 하단부가 달 표면에 충돌하면서 지진계가 울렸고, 그 반응이 약 8초간 지속됐습니다. 이걸 두고 "달이 종처럼 울렸다"는 비유가 나왔는데, 그게 달 내부가 비어 있다는 주장으로 발전한 겁니다. 그런데 회전관성(Moment of Inertia), 즉 물체가 회전할 때 저항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을 계산해 보면 달은 속이 꽉 찬 구체의 값이 나옵니다. 고등학교 물리 수준의 계산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내용입니다.
망원경 사진이 조작이라는 주장도 자주 나옵니다. 밤하늘 사진이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CCD 센서(Charge-Coupled Device,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이미지 촬영 장치)의 노출 시간 차이 때문입니다. 우주처럼 극도로 어두운 환경에서는 셔터를 오래 열어두고 빛을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선명한 사진이 찍히는 겁니다. 야경 사진 찍을 때 노출 시간을 길게 주면 자동차 불빛이 선명하게 남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유사과학과 MBTI, 재미와 맹신 사이
"물은 말을 알아듣는다"는 이야기는 저도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이런 발상을 어떻게 하는 거지?' 싶어서 오히려 감탄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면 물 분자 결정이 예쁘게 변한다는 주장인데, 상상력 하나만큼은 인정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근거가 없습니다. 물 분자(H₂O)는 음향 신호를 처리하거나 언어의 의미를 인식할 수 있는 어떤 구조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물이 정말 인간의 감정이나 말에 반응한다면, 그 물리 법칙의 위배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관찰을 통해 이미 오래전에 밝혀졌을 겁니다. 유사과학(Pseudoscience)이란 과학적인 형식을 빌리지만 실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주장을 말합니다. 이런 주장들이 위험한 이유는 메시지 자체는 따뜻하고 공감이 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혈액형 성격론도 비슷한 구조입니다. 혈액형의 유전형은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그 세 가지 유전형이 수십억 인구의 복잡한 성격을 결정한다는 건 통계적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혈액형과 심리검사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연구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출처: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Elsevier) 재미로 보는 건 괜찮지만, 특정 혈액형을 채용에서 배제한 기업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웃어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 유형 검사 도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경험상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런데 MBTI를 채용 기준으로 쓰거나 특정 유형을 노골적으로 기피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건 더 이상 재미있는 심리 테스트가 아닙니다. 음모론이나 유사과학이 실생활의 차별로 이어질 때가 가장 경계해야 할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의 이야기도 빠뜨리기 어렵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 즉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주도한 핵무기 개발 계획의 총책임자였던 그는, 핵실험 성공 이후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하면서 간첩 음모론에 휩쓸렸습니다. 결국 공직에서 쫓겨나고 명예도 잃었죠. 그 누명이 공식적으로 벗겨진 건 68년이 지난 2022년의 일입니다. 음모론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틀란티스 대륙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증거가 있나요?
A. 현재까지 확인된 지질학적 증거는 없습니다. 플라톤이 저서에서 구체적으로 묘사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를 포함한 동시대 학자들도 스승의 이야기를 상징적 우화로 해석했습니다. 변상증의 영향으로 지형이나 지도에서 아틀란티스와 유사한 패턴을 찾으려는 시도가 반복되지만, 과학적 합의는 실존 가능성에 부정적입니다.
Q. 달 착륙이 조작이라는 주장은 왜 지금도 사라지지 않나요?
A. 음모론은 단순하고 자극적인 서사 구조를 갖고 있어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반면 과학적 반박은 회전관성 계산이나 CCD 센서 원리처럼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직관적으로 와닿기 어렵습니다. 또한 달 착륙 음모론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여러 주장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느 한 주장을 반박해도 다른 주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유지됩니다.
Q.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같은 유사과학은 왜 위험한가요?
A. 메시지 자체가 따뜻하고 긍정적이라서 비판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유사과학은 과학적 형식을 빌리기 때문에 일반인이 진짜 과학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믿음이 실제 치료나 중요한 결정을 대체할 때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갑니다.
Q. MBTI를 채용에 활용하는 것이 실제로 문제가 되나요?
A. 네, 실제로 특정 MBTI 유형의 지원자를 배제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MBTI는 개인의 성향을 탐색하는 도구이지 능력이나 직무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를 채용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과학 음모론을 믿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A. 정면으로 반박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음모론이 어떻게 모순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달에 안 갔다는 주장과 달 뒷면에 외계인 기지가 있다는 주장이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식입니다. 음모론을 재미로 보는 것과 사실로 믿는 것 사이의 경계를 스스로 인식하게 돕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음모론이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엉뚱한 상상이 때로는 진짜 질문을 만들어내고, 그 질문이 과학적 탐구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제가 이번에 느낀 건, 음모론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몰랐던 과학 원리를 더 많이 배웠다는 겁니다. 재미로 즐기되 사실로 믿지 않는 균형감, 그게 과학적 사고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과학 이야기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글은 과학 콘텐츠에서 다뤄진 내용을 바탕으로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개인적인 감상을 더해 재구성한 리뷰입니다. 리뷰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0hyRn9pHWBM&list=PLYeXRzoBwGeHVguBktW327fxb1tKqLXrR&index=212
